칼럼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2

김승용 대표기자
2026.03.18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2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2 관련 자료
수업 끝나고 운동장으로, 일본은 왜 다른가

매년 8월, 일본 열도는 하나의 무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다.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한 고시엔(甲子園) 야구장.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이곳에 2024년 여름, 3,715개 학교가 지역 예선을 통해 도전장을 냈다. 경기마다 NHK가 전국 생중계를 하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다시 교복을 입고 교실로 돌아간다. 이들은 체육특기생이 아니다. 수업이 끝난 뒤 야구부 활동을 하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한국의 고교야구부는 현재 약 95개다. 일본의 40분의 1이다.

방과후 운동장이 만든 거대한 피라미드

일본의 스포츠 육성 방식은 부활동(部活動)이라는 제도 위에 세워져 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운동부나 문화부 활동에 참여한다. 별도의 선발 과정이 없고, 공부를 포기할 필요도 없다. 운동하는 학생과 공부하는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방과후에 각자의 활동을 한다. 일본 중학교의 부활동 참가율은 8892%에 달한다. 대다수의 학생이 어떤 형태로든 스포츠를 경험한다는 뜻이다.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것은 거대한 인재 피라미드다. 야구를 예로 들면, 전국 3,700여 개 고교 야구부에서 활동하는 12만여 명의 학생 가운데 일부가 대학야구로, 다시 일부가 사회인야구(기업팀)로, 그리고 최상위 극소수가 NPB 프로 드래프트로 진입한다. 오타니 쇼헤이, 다르빗슈 유, 마쓰자카 다이스케. 세계 무대를 누빈 일본 야구의 별들이 모두 이 고시엔 시스템에서 나왔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J리그는 'Project DNA'를 통해 60개 전 클럽의 유소년 아카데미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고교축구선수권과 대학축구라는 별도 경로도 함께 작동한다. 202425시즌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하는 일본 선수는 100명을 넘겼다. 5년 만에 90% 증가한 수치다.

철학의 차이: '문무양도'가 만든 다른 기준

일본이 이 방향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후(戰後) 교육개혁 과정에서 일본은 엘리트주의를 배제하고 교육 기회의 균등화를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에 학업과 무예 양방면에서의 성취를 추구하는 '문무양도(文武両道)'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결합됐다. 스포츠는 특별한 아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일부라는 인식이 제도의 뿌리에 자리한다. 한국은 1972년 '체력은 국력'이라는 기치 아래 반대 방향의 길을 택했다. 소수를 골라 공부 대신 운동에만 집중시키는 분리형 모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메달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성과도 냈다. 문제는 그 효율이 선수 개인의 학습권과 미래를 담보로 잡은 위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드러난 두 나라의 현주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성적표는 이 차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일본은 2006년, 2009년, 2023년 세 차례 우승했다. 한국은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이 정점이었고, 2013년부터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2023년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4대 13으로 졌다. MLB 진출 수치는 더 격차가 크다. 역대 MLB에 진출한 일본 선수는 7480명, 한국은 29명이다. 2025년 현역만 보면 일본 1214명, 한국 5명. 오타니 쇼헤이의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12년 3억 2,500만 달러 계약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가 아니다. 수만 명이 운동장을 밟은 끝에 걸러진 인재의 결과물이다. 저변의 차이가 엘리트의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이 야구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삶이 계속된다

일본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결과물은 선수 이후의 삶이다. 일본은 '듀얼커리어(デュアルキャリア)' 개념을 도입해 현역 시절부터 경기 경력과 인생 경력을 병행하도록 지원한다. 대학 운동부 선수가 스포츠 관련 학부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 후 구단 행정직이나 지도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로가 작동한다. 부활동 시스템 자체가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선수 생활이 끝나도 학력과 사회적 기반이 남아있다. 한국의 평균 은퇴 연령 23.6세, 은퇴 후 무직 비율 38~42%라는 수치와 대비되는 풍경이다.

완벽한 모델은 없다

물론 일본 부활동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으로 부원이 줄고(고교야구 부원: 2014년 17만 명 → 2024년 12~13만 명, 10년 새 40% 감소), 담당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오랜 문제였다. 일본 정부는 2026년부터 학교 부활동을 지역 클럽으로 이관하는 개혁을 본격 추진 중이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 일본도 지금 변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은 더 많은 아이가 스포츠를 경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했고, 그 넓은 저변이 세계 수준의 엘리트를 자연스럽게 길러냈다. 한국은 그 반대 순서를 택했다. 엘리트를 먼저 만들려 했고, 저변은 나중의 일로 미뤘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선택의 결과가 운동장의 텅 빈 자리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왜 개혁이 이렇게 더딘지를 살펴본다.

#스포츠#엘리트스포츠#스포츠혁신#선수#체육

김승용 대표기자

스타트업 에듀 타임즈 취재팀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보 및 문의 : innou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