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1

김승용 대표기자
2026.03.18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1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육성시스템, 무엇이 다르고 어디서 갈렸나 - 1 관련 자료
금메달 뒤에 숨겨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민낯

2024년 파리올림픽이 끝나고 대한민국 체육계는 환호했다. 금메달 13개, 종합 8위. 역대 최다 타이 금메달이라는 수식어가 뉴스를 도배했다. 그런데 그 금빛 숫자 뒤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그해 올림픽에서 한국은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 주요 구기 단체종목 가운데 단 하나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이 유일한 예외였다. 스포츠 강국의 민낯이 여기서 드러난다. 우리는 소수에게 모든 것을 몰아줘 반짝이는 결과를 만드는 데는 능숙하지만, 폭넓게 키우고 오래 지속하는 데는 서툴다.

합숙소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의 학교 운동부 시스템은 반세기 전 설계된 구조 그대로다. 초등학교에서 선발된 학생선수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에 올라탄다. 이 파이프라인 안에서 아이들은 사실상 학생이기를 멈춘다. 수업 대신 훈련장으로, 교실 대신 합숙소로 간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초·중·고·대학 학생선수 63,211명을 전수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생선수 10명 중 3명은 정규수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대학생 선수의 76%는 주말과 휴일에도 운동했고, 38%는 하루 5시간 이상을 훈련에 쏟아부었다. 전국 학생선수 기숙사의 41%에서는 집이 가까운 학생조차 기숙사에 가두는 상시 합숙이 이뤄졌다. 합숙소 안에서는 휴대폰 사용 금지, 외출 제한, 군대식 통제가 일상이었다. 폭력의 숫자는 더 가혹하다. 신체폭력 경험률 14.7%, 언어폭력 14.9%, 성폭력 3.8%. 학생선수의 신체폭력 피해율(16.1%)은 일반 학교폭력 조사 수치(6.3%)의 2.6배였다. 운동부라는 공간이 사각지대가 된 지 오래다. 2013년 학교체육진흥법으로 최저학력제가 도입됐다. 기준 성적에 미달하는 선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2018년 국회 자료를 보면, 고3 선수의 23%, 중3 선수의 31%가 여전히 최저학력에 미달했다. 법은 생겼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운동하다 끝난 청춘의 이야기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비극은 '이후의 삶'이다. 한국 체육선수의 평균 은퇴 연령은 23.6세다. 일반인이 직장을 가지기 시작하는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은퇴 선수 10명 중 4명은 무직이고, 취업자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6.8%가 월소득 200만 원에 못 미친다. 공부를 놓은 채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 남는 것이 없다. 학력도, 자격증도, 경력도. 대한체육회가 진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20~24세 은퇴선수 가운데 이 기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13%에 불과하다. 관련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 전체 체육예산의 0.1%다.

금메달은 늘었는데, 왜 아이들은 줄어드나

아이러니한 수치가 있다. 올림픽 메달 수가 늘어난 최근 십 년 사이, 국내 학생선수 수는 오히려 빠르게 줄었다. 중도 포기율은 3년 새 2.5배 증가했다. 10대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45.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다. 운동을 즐기는 아이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엘리트 선수도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라는 변수도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앞에서 학생선수 풀 자체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다. 소수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은 분모가 충분히 클 때만 작동한다. 분모가 줄면, 분자도 함께 줄어든다.

우리가 묻지 않았던 질문

한국 스포츠 시스템은 오랫동안 "어떻게 이길 것인가"만 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질문하지 않았다. 더 많은 아이가 운동을 즐기는 나라, 운동을 마친 뒤에도 당당히 사회로 나올 수 있는 선수, 메달보다 사람이 먼저인 시스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답이 아니라, 오래 미뤄온 질문을 비로소 꺼내는 일이다. 다음 회에서는 일본이 다른 길을 택한 이유와, 그 길이 만들어낸 결과를 살펴본다.

#스포츠#엘리트스포츠#스포츠혁신#선수

김승용 대표기자

스타트업 에듀 타임즈 취재팀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보 및 문의 : innous@kakao.com